가상발전소(VPP)란 무엇인가

가상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는 한 곳에 모여 있는 큰 발전소가 아니라, 여러 곳에 흩어진 작은 에너지 자원을 정보통신 기술로 한데 묶어 마치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작은 자원이란 지붕 위 태양광, 가정·건물의 에너지저장장치(ESS), 그리고 전기를 덜 쓰는 방식으로 공급에 기여하는 수요자원(DR) 등을 말합니다. 실제로 새 발전소를 짓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자원들을 소프트웨어로 연결해 통합·제어한다는 점에서 "가상"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VPP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늘면서 전력망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출렁여 예측이 어렵고, 규모가 작은 설비가 곳곳에 퍼져 있어 전력거래소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자원에 가깝습니다. 이때 여러 자원을 한데 모아 합산 예측하면 개별 예측보다 오차가 줄어들어 가시성이 확보되고, 그 결과 전력시장에 참여하거나 계통 안정화 자원으로 쓸 수 있게 됩니다.

한국은 어디까지 왔나

우리나라는 2019년 2월 소규모 전력중개시장(한국형 VPP 제도)을 도입해, 1MW 이하 신재생·ESS·전기차 자원을 중개사업자가 모아 전력시장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이어 2023년 5월 정부는 한국형 통합발전소(K-VPP) 도입 계획을 발표했고, 2024년 2월부터 제주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실시간 시장·보조서비스 시장을 여는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제어 가능한 재생에너지가 통합발전소로 묶여 용량 1MW를 넘기면 전력시장에 입찰할 수 있고, 3MW를 넘으면 참여가 의무화되며 일반 발전기와 동등한 용량정산금 등을 받습니다.

공급형·수요형·융합형

국내 VPP는 보통 세 가지로 나뉩니다. 공급형은 태양광·풍력·ESS를 모아 발전소처럼 전력을 공급하고, 수요형은 수요반응(DR)·에너지효율(EE) 같은 수요자원으로 사용량을 줄여 공급 효과를 냅니다. 융합형은 이 둘을 섞은 형태입니다.

해외 사례

해외에서는 테슬라(Tesla)가 가정용 배터리 파워월(Powerwall) 수천 대를 묶어 전력망을 지원하는 VPP를 미국 캘리포니아·텍사스 등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에 따르면 2025년 7월 캘리포니아 VPP는 500MW에 가까운 용량을 전력망에 공급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참여 가정은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자기 배터리 전력을 망에 보내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습니다.